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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미주ceo 칼럼

이 겨울을 아름답게 수놓는 책 <천만원의 약속 : 사랑을 파는 별난 미용

ⓒ 씨앗을뿌리는사람(페이퍼하우스)

'화미주(和美洲)'란 제목을 처음 접한 순간, 뭐랄까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한참을 바라보았던 것 같다. 왠지 남다른 얘기들로 가득할 것 같았다.

이름이 부여하는 삶을 운운할 정도로 우리는 자신을 나타내는 가장 멋진 이름을 태어나면서부터 선사받고 싶어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의 저자 김영기씨도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의미 깊은 이름을 자신의 일생의 작품, 미용실에 안겨주고 싶어했는지 모른다.

한자에는 다소 문외한인 내게 다가온 이 이름에 대한 첫인상은 잘은 모르겠지만, 꽃처럼 아름답고 환한 그런 미용실 쯤으로 추측이 되었다. 그 추측과 별반 다를 게 없겠지만 '아름다움이 온 세상으로 펼쳐지라'는 의미라고 저자는 말한다.

사람에게 아름다움이란 살아가기 위해 먹고 입는 이상으로 본능적 욕구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진정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 인생이라는 긴 책 속에서 묻고 또 묻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그저 남들에게 화려하고 멋져 보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의 존재를 더 깊이 있게 사랑하기 위해 끊임없이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함을 누군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우리는 매우 잘 알고 있다.

또 하나의 제목 '천만원의 약속'을 발견한 순간, 물질이 넘칠 정도로 풍요한 요즈음 현실 속에서 쉽게 묵과할 수 없는 돈이라는 개념이 강하게 드러나 보였다.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 속에서 돈 천만 원이 갖는 의미는 어떤 이에게는 복권의 횡재로 떨어진 요행에 의한 소득일 수도 있고, 또 어떤 이에게는 평생 만져보기 힘든 절체절명의 신기루일 수도 있음이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이란 걸 알기에 가슴 시릴 뿐이다.

어릴 적 아버지를 갑자기 잃고 혼자 남은 어머니를 지켜주기 위한 간절함이 그에게는 '천 만 원'이란 적지 않은 돈을 꿈꾸게 했다. 원하는 것이면 크든 작든 즉석에서 해결해주는, 요즘의 아이들을 위한 맞춤 부모 세대를 생각하니, 씁쓸한 한숨마저 맴돌려고 한다. 허나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는 논리적인 이유를 물을 수 없는 신성함마저 느껴지기에, 곁에서 웃고 있는 10살 난 내 아이의 모습이 오늘도 새롭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세대들이 그러하듯, 그도 세상의 수많은 직업들과 맞닥뜨리며 푸르디푸른 청춘을 수놓아 간다. 그 많은 직업들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얼음을 보관하는 기계를 다루는 냉동차 일이었다. 생활의 편리함을 그저 무심코 누리기만 하는 우리에게는 알게 모르게 고마운 분들이 참 많이 존재하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일 같았다.

외로움에 가난에 더 추울 것 같은 그에게 차가운 얼음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을 것 같은 냉동차마저도 그에게는 맘껏 사랑한 소중한 인생의 한 페이지였다고 말하는 모습에선, 삶을 천성적으로 던 얘기도 인상적이었다. 블랙과 레드를 중심으로 인테리어를 꾸민 그 카페에서 차만 팔던 단순한 일이 아닌. 사람을 알고 또 사람을 얻는 법을 '이덕수'란 아르바이트생을 통해 배우게 된다.

이덕수란 사람의 면접 때 '어떻게 일하고 싶으냐'고 그에게 질문했고, 그는 "재미있게 일하고 싶습니다"하고 소신 있게 대답한다. 짧은 그 한 마디에 김영기씨는 일을 신명 나서 하는 마음을 체득하게 된다. 후에 미용실을 하게 되면서도 그 마음을 잃지 않고 늘 노력한다. 아랫사람을 통해서도 배울 점이 있으면 꼭 배워야 한다고 계속 얘기하는 모습에선, 사람과 관계에 대한 진지함을 배울 수 있었다.

불우한 환경 탓에 배움의 길을 너무 빨리 접을 수밖에 없었던 그에게는 배움에 대한 의지 또한 누구보다 절실했다고 한다. 어떤 일을 하든지 그 속에서 크고 작은 경험들을 배움의 산 증거로 간직하려는 그 정신이 있었기에 오늘의 '화미주'가 존재하게 된 것이리라.

미적 욕구를 채워주기 위한 미용실의 평범한 이미지가 아니라, 늘 연구하고 학습하는 마음으로 고객들을 대하고, 또 그 고객들의 의견을 묻는데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 모습도 어쩜 배움에 늘 목말라 하던 그의 진실한 모습의 반영이란 느낌이 들었다.

단순한 배움이 아닌 글로벌 시대에 맞는 미용실을 만들어 가기 위해 아카데미를 만들어 영어를 배우게 하고, 인성 교육을 체계화하면서 높게 인식되지 않던 미용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게 하고, 더불어 미용인들 자신에 대한 자긍심을 한층 더 올려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게 한다. 발전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몸소 실천하며 보여주는 모습에선, 자기 안의 잠재력을 끌어내어 자신을 높이는 법을 알려 주는 자상한 교수님 같았다.

고객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려 노력하고 그들의 마음으로 돌아가 다시 생각해보는 모습에선, 화미주가 어떻게 작은 미용실에서 커다란 기업의 모습으로 성장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주는 것 같았다.

그 노력들 가운데서도 기억에 남는 건, 염색약을 함부로 쓰면 두피에 상처를 입는 한 노인에 대한 일화다. 아니나 다를까 일부러 신경 써서 염색을 해 드렸던 그 노인에게서 후에 우려하던 대로 발진이 생겨 고생스러워 한다는 나쁜 소식을 듣게 된다. 다른 미용실 같으면 어찌했을지 모르는 난감한 사태를 역시 화미주답게 풀어간다.

그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침착한 모습을 잃지 않은 채, 노인의 상처 받은 마음을 달래보기 위해 직접 찾아가 진심을 다 해 용서를 빌며 머리를 조아린다. 쉽사리 풀릴 것 같지 않던 노인의 마음을 결국 가장 인간적인 모습으로 열게 하는 모습에선, 경제적 성공보다도 소중한 '인간에 대한 예의'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 같았다.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그는 한 번도 다른 직원들보다 늦게 일어나는 법이 없을 만큼 자신을 편안하게만 내버려두지 않는다. 멋진 의자에 으스대며 앉아만 있는 그저 이름뿐인 사장이 아니라, 화미주의 모든 가족들 중의 한 사람임을 애써 부인하지 않는다. 진정한 리더는 진정으로 자신을 낮출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우리에게 얘기하는 것 같다.

다양한 나이 층이 일하게 되는 미용 업계에서 어느 직원 한 사람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법이 없는 그 모습 또한, 근엄한 사장님이기 이전에 이웃집 오빠 같고 때로는 자상한 아버지 같은 우리의 영원한 선장님 모습 그 자체 같았다. 늘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고, 힘겨운 일과를 마친 그들의 지친 어깨를 진정으로 따스하게 어루만져줄 줄 아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있었기에 화미주의 불빛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변화에 두려워하지 않고 늘 새로운 것을 도전해보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 또한 고객들을 화미주의 품으로 한 발짝 다가가게 한다. 언제부턴가 패션의 중심엔 헤어스타일의 변화도 못지않게 주요한 관심사로 떠오르게 되었는데, 젊은 여성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샤기 커트'에 대한 도전도 화미주가 최초였다고 한다. 평범함을 거부하는 시대에 부응하며 더 세련되고 특별한 스타일을 갈망하던 사람들의 욕구를 채워주기에 훌륭한 아이템이 되어 준 이 새로운 커트 방식의 발견이야말로 화미주를 재해석하게 해주는 힘을 가졌으리라 믿어 본다.

기분이 우울한 날이나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고 외로워 보일 때, 여성들은 가능한 획기적인 스타일로 자신을 변신시키고 싶어하기에 미용실을 찾는다. 그렇다면 기억하세요. 우리를 향한 화미주의 불빛은 계속 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가족을 사랑하고 또 자신의 삶을 가슴 뜨겁게 사랑하는 한 남자가 그 불빛 속에서 영원히 미소 짓고 있음을…. 그 남자의 이름은 '꽃보다 아름다운 남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