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 전에 스트레스에 관한 모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던 중이었다. 스트레스로 인한 다양한 부작용들 이 소개되던 중 가장 시선을 끈 것은 스트레스로 머리카락을 비롯한 몸의 털이 빠지던 20대의 직장 여성. 그녀는 명확한 원인도 없이 우수수 빠져만 가는 머리카락 때문에 회사에 휴직계를 낸 상태였고 병원 측에서는 어떤 치료 방법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었다. 비단 그녀의 경우뿐 아니라 대부분의 탈모는 복잡한 환경 요인이 얽혀 생기기 때문에 치료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 과거에는 탈모가 남성만의 전유물이었지만 현대 사회로 접어들수록 여성의 탈모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탈모가 증가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머리카락은 한 번 나면 평생 동안 자라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이 지나면 빠지고 그 자리에 새로운 모발이 자라난다. 개를 비롯한 몇몇 동물들은 털의 주기가 모두 같기 때문에 털이 동시에 빠지고 동시에 새로 나는 털갈이 시기가 있지만 인간의 모발은 각각의 머리카락이 독자적인 주기를 가지고 있어 항상 일정한 모발의 수를 유지하는 특징이 있다. 인간의 머리에는 평균적으로 약 8만 개의 머리카락이 있으며 이 중 하루에 70여 개가 빠지고 3달 전에 빠진 70여 개의 머리카락은 새로 자란다. 그러나 탈모가 진행되면 모근에 존재하는 모유두가 작아져 머리카락이 점점 가늘어지고 동시에 모발 주기도 짧아진다. 예를 들어 3년 자란 후 빠져야 할 모발이 1년 자란 후 빠지게 되면서 하루에 210여 개의 머리카락이 빠지게 되는 것. 또 새로 자라나온 머리카락은 점점 더 얇아지고 급기야는 솜털처럼 가는 상태에서 아예 머리카락이 나지 않는 상태로 발전한다.
탈모의 원인은 무궁무진하지만 대부분 화학 성분에 의한 자극이나 두피와 모발 타입 등의 내·외적 환경 요인에 의한 경우가 많다. 탈모를 이해할 때 중요한 또 다른 키워드는 성(性)으로 남성과 여성의 탈모는 발생 원인에 있어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 남성형 탈모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5-알파 리덕타제라는 효소와 결합하면서 생기는데 이마 부위부터 머리카락이 완전히 벗겨져 번들거리는 ‘빛나리 아저씨’의 단계까지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성형 탈모는 이와 달리 주로 정수리 부분의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면서 모근이 약해지는 것으로 전체적인 머리 숱이 줄어들어 두피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것이 특징. 특히 여성형 탈모는 외부 자극에 의해 생기는 경우가 많아 다양한 원인이 제기되고 있다.
여성은 매달 생리를 통해 많은 양의 혈을 배출하므로 대부분 빈혈에 시달린다. 빈혈이 있는 사람은 피가 부족할 뿐 아니라 혈액의 흐름이 원활치 않기 때문에 건성 두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탈모가 진행되기 쉽다. 특히 임신, 출산, 폐경 등 신체 변화가 급격한 시기야말로 탈모 경계령이 절실한 시기! 이 시기에는 체내 호르몬 변화가 심해 감정 기복이 크고 식습관도 바뀌며 피로도 쉽게 쌓인다. 또, 임산부의 경우 태아에게 많은 영양분을 빼앗기기 때문에 항상 영양 부족에 시달리고 체력이 급속도로 저하된 상태. 이때 입덧으로 음식 섭취까지 할 수 없다면 머리가 한 움큼씩 빠지는 심한 탈모는 피할 수 없는 노릇이다. 폐경기 여성의 경우에는 호르몬 감소에 따른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로 탈모가 생기기 쉽다고.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샴푸와 비누, 헤어 스프레이 등의 스타일링 제품과 헤어 컬러링 제품에는 다량의 화학 성분이 들어가 있어 탈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화장품에 들어 있는 석유계 추출물인 계면활성제는 너무 많은 양을 자주 사용할 경우 두피 밸런스를 깨고 가려움증과 비듬, 탈모에 이르는 삼재(三災)를 일으킨다. 컬러링 제품에 사용되는 과산화수소와 인공 염료는 머리카락의 주성분인 단백질을 파괴해 머릿결을 거칠고 푸석하게 하며 모근을 손상시켜 머리카락이 자라지 못하도록 한다. 또 탈모는 매일 섭취하는 음식물이나 약물, 알코올이나 담배 등의 지배를 받기도 한다.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비타민, 미네랄 등의 영양소는 모근의 성장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영양소들. 따라서 인스턴트 요리나 패스트푸드 등 영양가 없는 음식들만 섭취한다거나 다이어트를 위해 식사를 거르면 머릿결이 점점 푸석해지고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머리카락이 빠지게 되는 것이다. 약물의 경우 항생제나 피임약, 암 치료를 위한 방사선이나 항암제를 오래 투여하면 탈모가 진행되며 혈관을 수축시켜 체내 혈액 순환을 방해하는 마약류, 담배, 알코올 등도 탈모의 주요 원인.
두피도 피부의 일종이기 때문에 얼굴이나 몸의 피부처럼 유·수분량과 민감도에 따라 건성, 중성, 지성, 민감성 등으로 나뉜다. 이 중 건성이나 지성 두피를 가진 사람은 탈모의 위험 지대에 놓여 있는 셈. 심한 지성 두피의 경우 과다 분비된 피지가 모공을 막고 염증을 일으켜 혈액을 정체시킨다. 정체된 모근에는 산소가 공급되지 못하고 이것이 지루성 탈모증으로 발전하는 것. 건성 두피는 지성 두피만큼 심각한 상태는 아니지만 비듬과 가려움증이 두피 염증으로 발전하기도 하며 건조한 비듬으로 모근이 느슨해져 머리카락이 빠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건조 두피의 경우 외부 자극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진 상태이므로 평소 헤어와 두피 케어를 착실히 해주도록.
모든 탈모의 원인 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스트레스. 현대 사회에 있어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는 여성 탈모가 증가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이다. 육체적 노동이나 단순한 업무를 하는 사람보다 정신 노동에 종사하는 이들이 탈모가 심하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됐을 정도로 스트레스의 영향력은 치명적. 머리카락은 부교감 신경이 활발히 작용할 때 건강하고 풍성한 상태를 유지하는데 스트레스가 쌓이면 부교감 신경의 기능이 저하되고 모근에 영양이 공급되지 않아 탈모가 생긴다. 특히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더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하는 사회적 중압감과 반복되는 가사일,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 등으로 스트레스의 강도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 여기에 과도한 야근과 밤샘 작업으로 인한 육체적 피로까지 쌓이면 말 그대로 최악의 탈모 사태로 번진다. 최근에는 탈모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는 추세로 막 학교를 졸업한 사회 초년생이나 대입 수험생, 고시생 등 20대 전후반의 여성 탈모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탈모의 가장 큰 문제는 뚜렷한 치료제가 없다는 것.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하듯이 탈모는 예방과 조기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 것은 올바른 식습관으로 콩이나 깨, 달걀, 과일, 생선류 등 단백질과 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 지나친 커피는 삼가고 충분한 양의 물을 섭취해 몸 속의 노폐물을 배출해주는 것도 좋다.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충분한 수면도 탈모를 예방하는 필수 조건. 손가락이나 솔이 둥근 브러시를 이용해 두피 마사지를 해주고 두피와 모발 타입에 꼭 맞는 샴푸를 선택해 깨끗이 머리를 세정하는 것도 잊지 말자. 또 되도록이면 드라이를 피해 자연 상태에서 머리를 말리고 스타일링 제품은 최소한만 사용해 피부 자극을 줄여주도록.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거나 보다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태라면 두피 전문 살롱을 방문해 두피 스케일링이나 천연 재료를 이용한 마사지 등 개인의 두피와 모발 상태에 맞춘 체계적인 관리를 받도록 하자. 이미 쑥쑥 빠져버린 머리카락을 보며 후회해봐도 빠진 머리를 다시 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